결과로 말해지는 교육의 언어
교육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말은 성과, 결과, 성취다.
얼마나 빨리 읽는지, 얼마나 정확히 쓰는지, 무엇을 해냈는지.
아이의 배움은 늘 숫자와 목록으로 정리되고, 과정은 부차적인 것으로 밀려난다.
배움은 원래 시간이 걸리고, 흔들리고, 돌아가기도 하는 일인데
교육은 왜 이렇게 결과를 서둘러 요구하게 되었을까.
결과 중심 교육이 만들어낸 효율성의 함정
결과 중심 교육은 효율적이다.
평가하기 쉽고, 비교하기 쉽고, 설명하기 쉽다.
그래서 제도는 자연스럽게 결과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이 효율성은 아이의 내적 경험을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
아이는 무엇을 느꼈는지, 어디에서 막혔는지, 왜 멈췄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직 ‘해냈는가’ 혹은 ‘못 해냈는가’만 남는다.
정신분석이 바라보는 배움의 관점
정신분석은 늘 결과보다 과정을 본다.
무엇을 선택했는지보다, 왜 그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어디에서 욕망이 생기고 어디에서 멈추었는지를 묻는다.
아이의 배움도 마찬가지다.
배움의 과정은 단순한 연습의 시간이 아니다.
그 안에는 좌절, 불안, 기대,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함께 얽혀 있다.
과정이 지워질 때 아이에게 남는 것
과정을 지워버린 교육은 이 감정들을 다루지 못한 채 결과만 요구한다.
그러다 보면 아이는 실패를 배움의 일부로 경험하지 못한다.
실패는 곧 ‘능력 없음’이 되고, 과정은 기억에서 사라진다.
결과만 남은 자리에서 아이는 점점 시도하지 않게 된다.
배우는 사람으로서의 자신이 아니라
평가받는 대상으로 자신을 인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과정이 사라진 교육이 만드는 정체성
교육이 과정을 잃어버릴수록 아이는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다.
‘나는 어떻게 배우는 사람인가’가 아니라
‘나는 잘하는 사람인가 아닌가’로 자신을 정의하게 된다.
이것은 단순한 학습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의 주체가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대한 문제다.
어른이 되어서도 반복되는 결과 중심 사고
사실 많은 어른들도 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
학교를 떠난 뒤에도 우리는 결과로 자신을 평가한다.
얼마나 성취했는지, 얼마나 앞서 있는지, 무엇을 증명했는지.
과정에서 겪은 감정들은 말해지지 않고
혼자 견뎌야 할 몫으로 남는다.
과정을 다시 교육의 중심에 놓는다는 것
그래서 교육에서 과정을 다시 이야기하는 일은 중요하다.
과정을 존중한다는 것은 느린 속도를 허용하는 것이고,
흔들림을 실패로 보지 않는 것이며,
멈춤도 배움의 일부로 인정하는 일이다.
과정을 존중하는 교육은 아이를 보호한다.
아이를 결과 이전의 존재로 바라보게 한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이미 충분히 배우고 있는 존재로.
교육이 지켜야 할 마지막 자리
교육이 결과를 완전히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만 남기고 과정을 지워버리는 순간
교육은 가장 중요한 역할을 잃는다.
배움은 언제나 과정 속에서 일어난다.
교육이 해야 할 일은 그 과정을 보존하는 것이다.
아이의 속도, 아이의 흔들림, 아이의 질문이 사라지지 않도록.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남기는 교육
어쩌면 교육의 본질은
결과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과정이 사라지지 않게 지켜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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