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
교실은 해마다 새로운 학생을 맞이한다.
구성원은 달라지지만, 분위기는 어딘가 익숙하다.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이 있고, 지나치게 조용한 학생이 있다.
늘 인정받고 싶어 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이유 없이 교사에게 날을 세우는 아이도 있다.
교사 역시 매년 비슷한 감정을 경험한다.
어떤 학생에게는 유난히 예민해지고, 어떤 학생에게는 과하게 마음이 쓰인다.
사람은 바뀌는데 장면은 반복된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교실은 감정이 먼저 움직이는 공간이다
우리는 교실을 지식 전달의 장소로 이해한다.
하지만 실제로 교실을 움직이는 것은 정보가 아니라 감정이다.
학생은 교실에 들어올 때, 교과서만 들고 오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과거 경험을 함께 들고 온다.
인정받지 못했던 기억,
지적받을 때마다 위축되었던 순간,
권위자에게 반항하고 싶었던 감정.
이 모든 것이 현재의 교사와 만나면서 다시 작동한다.
이것이 교실에서 드러나는 무의식이다.
학생은 교사에게 과거를 옮긴다
어떤 학생은 사소한 지적에도 크게 위축된다.
또 어떤 학생은 이유 없이 공격적으로 반응한다.
이 반응은 단순한 태도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학생은 현재의 교사를 대하고 있지만, 동시에 과거의 누군가를 떠올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과거의 부모,
과거의 교사,
자신을 평가하던 권위자.
이처럼 과거의 감정이 현재 인물에게 옮겨오는 현상을 전이라고 한다.
교실은 그래서 과거 관계가 다시 연출되는 무대가 된다.
교사 역시 자유롭지 않다
무의식은 학생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교사도 자신의 과거를 가지고 교실에 선다.
유독 신경이 쓰이는 학생이 있다.
설명하기 어려운 거부감이 드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과하게 보호하고 싶은 학생도 있다.
그 감정은 현재 상황만으로 설명되지 않을 수 있다.
학생이 교사의 어린 시절 모습을 떠올리게 할 수도 있고,
과거의 상처를 건드릴 수도 있다.
이때 교사는 무의식적으로 반응한다.
이를 역전이라고 부른다.
교실은 학생과 교사의 무의식이 동시에 작동하는 공간이다.
집단은 역할을 만들어 낸다
교실에는 늘 비슷한 유형이 등장한다.
‘문제아’, ‘모범생’, ‘분위기 메이커’.
흥미로운 점은 이 역할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다는 것이다.
집단은 긴장을 분산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특정 역할을 맡긴다.
한 학생이 계속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것은 개인의 성향만이 아니라 집단 전체의 불안을 떠안은 결과일 수 있다.
교실은 하나의 심리적 구조를 형성한다.
그리고 그 구조는 쉽게 반복된다.
교육은 반복을 인식하는 일이다
이 모든 장면을 단순히 ‘지도력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교실에서 반복되는 갈등은 종종 무의식의 신호이기 때문이다.
교사의 역할은 모든 감정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다.
반복을 알아차리고, 그대로 재연하지 않는 것이다.
화가 나는 순간 잠시 멈추는 것.
특정 학생을 쉽게 규정하지 않는 것.
“왜 이 장면이 이렇게 익숙하게 느껴질까?”를 묻는 것.
그 작은 성찰이 반복의 흐름을 바꾼다.
교실은 관계의 공간이다
교실은 배움의 공간이기 전에 관계의 공간이다.
그리고 관계는 언제나 과거와 현재가 겹쳐진 자리에서 만들어진다.
무의식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을 인식하는 순간, 우리는 같은 장면을 조금 다르게 만들 수 있다.
어쩌면 교육이란 새로운 지식을 더하는 일이 아니라,
오래된 반복을 조금씩 바꾸어 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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